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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여행자 그 못다한 얘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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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세요...책 사세요...>
<아무도 책을 사지 않았습니다. ㅠㅠ>

책을 썼다. 책을 써 본 사람은 알것이다. 책을 쓴다는 것은 그리 대단한 일은 못되고 또 이 지성의 양식(지성의 수준에 대해 살짝 의심은 가지만...)을 팔아 일용할 양식을 얻는다는 것은 더욱 힘들다는 것을 말이다. 여하튼 책을 썼다. 전에 컴퓨터그래픽 책을 몇 권 썼지만 이번엔 여행책이다.

다행히 부탁을 해 추석 전에 받았다. 집에 가면 듣는게 결국 잔소리지만 이 명절같은 경우는 그 잔소리의 폭과 강도가 더욱 커진다. 결혼을 하면 좀 달라질 줄 알았지만 이제는 마누라랑 싸잡혀서(혹은 내가 마누라에 얻혀서..) 쌍으로 듣는다. 결혼을 하면 이렇게 좋은 점도 있다. 매도 혼자 맞는 것 보단 둘이 맞는게 낫지 않는가.

레파토리는 크게 바뀌지 않는다. 전에는 결혼을 해야한다에서 이제는 아이를 가져야 되지 않는냐로 바꼈을 뿐, 여기에 제대로 된 직장을 잡아라. 어서 돈 벌어 집을 장만해야 하지 않는냐. 동네 누구누구는 벌써 어디에 아파트를 샀다. 이젠 다닐 만큼 다녔으니 또 나갈 생각 말아라. 뭐 그런 레파토리다. 마치 명절이란 온가족이 모여 가부장적순위에 따라 잔소리를 듣는 것이고 또 당신들에겐 그간 해체된 가족사회에서 잃어버렸던 권위를 되찾는 기회가 아닌가 생각될 정도였다.

그 잔소리가 막 시작될 때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주섬주섬 가방에서 책 한권을 꺼내 든다.
"이번에 나왔어요."

당신네들이야 일년에 한 번 서점도 안 가는 사람들이니 책을 마치 강보에 쌓인 아기다루듯 조심스럽게 훑어 본다. 앞 뒤로 뒤집어 보고 안 쓰던 안경을 끄집어 들고 한장한장을 넘겨본다.

잔소리를 아에 안 듣는 방법은 없지만 이렇게 살짝 피해가는 방법은 있다. 그것은 화제를 돌리는 것이다. 그것도 급격하게...작은아버지는 난데 없이 <가문의 영광>이라는 말까지 끄집어 낸다. 역시 내 작전은 성공했다.

<낯선 여행자, 세상과 소통하다.>

처음에 기획은 영어여행책에서 시작했다. <보헤미안 잉글리시,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라는 조금 낯간지런 제목에서 시작했다. 뭐 기존의 딱딱하고 지루한 여행영어보다 재밌으면 된다라는 말에 나는 쉽게 승낙을 했다. 기존의 영어여행책을 몇 권 사서 비교해 보지만 그것은 지나치게 지루했고, 나는 내 맘대로 쓰기 시작했다.
거기다 기획팀에서는 재밌다며 힘을 실어줬고(사실 그들 또한 처음에는 어찌되나 팔짱끼고 지켜보자는 심산이였으리라.) 나는 마치 여행기를 쓰듯, 소설을 쓰듯 메꾸어나간다.

안나푸르나에서 만난 사람과 이집트 그리고 시리아에서 만난 사람을 합쳐 한 명의 가공인물을 만드는 일도 서슴치 않았고 과장과 실제사이를 조율하느라 벅차기도 했다. 그렇게 원고가 거의 마쳤을 무렵 이제 슬슬 문제들이 수면위로 떠 오르기 시작했다. 기존의 여행영어 뿐만 아니라 여행과 영어책에서도 이런 책은 없었던 것이다. 영어책으로 해야 한다. 여행책으로 해야한다. 그냥 처음대로 여행영어로 해야한다.

말들이 마구마구 공중에 흩뿌려졌지만 결국 결말은 나지 않는다.

그러다 결론은 엉뚱하게 마케팅팀에서 났다. 그들의 단 한 마디 때문이였다.

"요즘 여행책이 잘 팔려요."


<처음 표지 기획안>
보헤미안 잉글리시는 결국 낯선 여행자로 그리고 그렇게 기획팀에서 꽂혔던 한줌의 영어라는 문구는 사라지게 되는 순간이다.

중간에 원고가 뭉텅 잘렸다. 아마 기획안과는 달라서, 너무 쎄서, 혹은 우울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그 얘기들은 못다한얘기들에서 정리해 보기로 하자.

여기까지 재밌게 읽은 이들은 옆에 구매하기를 꾸욱 눌러 내 일용할 양식에 보탬을 주는 미덕을 발휘해보자.


책소개

여행과 영어를 접목한 색다른 여행이야기. 캘커타, 카트만두, 다마스커스, 카라코람, 하르툼, 시리아, 파키스탄 등 낯선 여행지를 낡은 카메라 한 대와 한 줌의 영어만으로 여행한 방희종의 여행이야기를 통해 세상 가장 낯선 곳에서 가장 따뜻한 소통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저자 소개

저자 : 방희종
여행지에서 누군가 나에게 뭐해 먹고 살았는데 물으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곤 했다.

한국에서 뭐했는데?
-What did you to do in korea?-
마우스를 움직였어.
‘I moved mouse.'
뭐라고?
-What?-
난 그래픽디자이너였어, 하루에 1킬로도 넘게 마우스를 움직였지.
‘I was graphic designer, so I moved mouse over the 1 km a day.

한 번 맛을 들이면 어디서나 쾨쾨한 냄새를 풍기는, 아니 중추신경에 덕지덕지 들러붙어 적당히 현실감을 마비시키는, 나아가 카드빚이라도 얻어 배낭을 싸게 만드는, ‘담배 같은’ 글과 사진을 쓰고 찍는 것이 저자의 소망이라는, 모든 <도망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읽혀졌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저자의 더 많은 여행 이야기는 www.howasia.net에서 만날 수 있다.

목차보기


1장 낯섦-낯선 공항에서 여행은 시작된다
#1 홍콩 공항의 모자 쓴 남자
#2 네팔을 좋아하세요?
#3 에티오피아에서 발걸음을 돌리다
#4 시리아 국경을 열어준 담배 한 갑
#5 압살라말레꼼, 파키스탄!
#6 굳게 닫힌 예루살렘의 문을 두드리다

2장 머무름-추억이 묻어나는 길 위의 집들
#1 마술레의 외로운 흙집
#2 에페소스의 ‘그저그런’ 아가씨
#3 안나푸르나에서 카르마를 만나다
#4 누구나 사막에 가야 할 때가 있다
#5 캘커타는 언제나 노 프라블럼
#6 홍콩 최고의 숙소

3장 어긋남-얼마예요? 지금은 여행중이에요
#1 비행기가 버스보다 싼 나라, 이탈리아
#2 베트남식 계산법
#3 커피와 도넛과 이집트
#4 왜냐하면 이곳은 인도니까요
#5 바라나시의 차이 파는 소녀
#6 나이키와 소똥과 브라만

4장 부딪힘-길을 잃고, 집을 잃고, 그것이 여행
#1 함피에서 집을 잃다
#2 올드고아에는 버스가 다니지 않는다
#3 바라나시 역전의 행복한 여행자
#4 이탈리아의 포도주 명인
#5 리탕의 부조리극
#6 빈대와의 전쟁
#7 골목을 걷는 법
#8 왜 여행을 하세요?

5장 만남-한 줌의 영어로 만난 소중한 사람들
#1 한 줌의 영어로 사람을 만나다
#2 캄보디아 영어교사와의 1일투어
#3 호메이니 광장의 무신론자
#4 룸비니 인력거꾼의 대화법
#5 사막의 베두인 족
#6 가장 느린 여행자, 가장 빠른 여행자
#7 너 어디서 왔니?
#8 보드카의 교훈
#9 인도에서 걸어온 사람들

책속으로

이집트 중부의 작은 오아시스 마을인 알카스에서였다. 그곳은 인구가 500명이나 될까말까 한 작은 마을로, 여행자가 갈 수 있는 가장 작은 오아시스라고 할 수 있다. 마음에서 단 하나뿐인 숙소에는 그 오래된 숙소만큼이나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이 한명 있었다. 그가 어느 날 내게 물었다.

언제 여길 떠날 거니?
When will you leave here?
몰라요, 아직 아무 계획이 없어요.
I don't know. I don't have any plan.
얼마나 여행을 했지?
How long did you travel?
1년이 좀 지났어요.
One year passed.
사막엔 가본 적이 있니?
Have you ever been to desert?
그럼요, 시리아, 요르단 그리고 여기 이집트에서 가 봤어요.
Yes, I have. I have been in Syria, Jordan and Egypt.
어땠어?
How was it?
재미있었던 적도 있고 그저 그랬던 적도 있어요.
Sometimes it is fun, sometimes it is so-so.

그는 그 대답이 이상하다는 듯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가 말을 잇는다.

이제 너도 사막에 갈 때가 된 것 같다.
It is time to go to desert.
사막요? 내가 어떻게 거길 가죠?
Desert? How can I go there?
혼자서 그리고 걸어서 가야지.
You can go there by yourself and by walk.

처음에는 그가 농담을 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그의 표정을 보니 그것이 며칠 전부터 하려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막은 어디 있나요?
Where is the desert?

여행하면서 늘 느끼는 거지만 비행기나 장거리 버스, 열차 창밖으로는 낯선 풍경이 천천히 지나간다. 때로는 열차 연결칸에 걸터앉아 푸른 새벽이 밝아오는 것을 물끄러미 쳐다보기도 하고, 한쪽 지평선에서 해가 뜨고 다음날 아침 그 반대쪽에서 태양이 뜨는 것을 보기도 한다. 가끔 여행하면서 엉뚱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보는 저 아득한 사막의 지평선이, 저 히말라야가 출근길 서울의 지하철 창밖으로 잠깐만이라도 보인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똑같은 표정의 사람들이 광고로 가득찬 무가지에서 손을 떼고, mp3 이어폰을 빼고, 잠시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내는 일을 접고 창밖에 펼쳐지는 저 풍경들을 본다면......

“This stop is Himalaya, Himalaya. The door is on your left.”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