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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 그 첫번째 이야기(1st. story in Annapurna)

-Besisahar(760m)-Khudi(840m)-Syange(1100m)

히말라야에 있는 작은 축구장
여기 아이들은 카메라만 들이밀면 너무 친절하게도(^*^) 이렇게 알아서 줄을 선다.

짐을 싼다.
지금 가지고 있는 배낭 무게가 얼핏 들어봐도 20Kg이 넘는다. 이 것을 다 가져 가는 것은 아마 바보짓일테다.
작은 배낭은 빌리기가 쉽지 않아 30리터 짜리 배낭을 하나 샀다. 가격은 그래봤자 만원대이지만 쓰고 돌려주면 반을 환불 받기로 하고 하나 샀다. 로우알파인 상표이다. 이곳과 중국에는 노스페이스와 이 상표가 많다. 중국은 참 대단한 나라이다. 겉보기에 멀쩡한 이런 것을 만원대에 만들 수 있으니...

코다리 국경을 넘을 때 2시간 하드코아 밀림트래킹을 한 것을 경험삼아 가지고 있는 짐을 1/3로 줄였다.
비누 한 조각이라도 쓸모 없을 것 같은 것은 두고 간다. 마지막까지 생각한 것은 노트북이다. 계속 물어봐도 대답이 시원찮다. 누구는 숙소에 전기는 거의 안 들어온다고 하고, 누구는 들어오지만 콘센트는 못 봤다고 하고 결국 망설이다가 가져가기로 한다. 안 그러면 다녀와 한 달치 원고를 쓰느라 몇 일 방구석에 쳐 박혀 있어야 한다.
산에선 사실 할 일이 없다. 남는 시간 원고를 쓰거나 노트북에 저장해 둔 책이나 읽으면 좋을텐데 그것이 잘 될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한달간 쓸 물건을 겨울옷 까지 합해 싸고 하루 25루피(400원)에 빌린 오리털 침낭과 카메라가방을 쳐도 10kg이하로 줄인 셈이다. 한 구석에 쳐박힌 오래된 배낭을 보니 꼭 꿔다 놓은 보릿자루 처럼 보인다.
혹 저것들은 있어도 그만이고 없어도 그만인 물건들이 아닐까?


안나푸르나 가는 길

묵고 있는 숙소에서 전날 버스표를 구입했다. 안나푸르나트래킹이 시작되는 베쉬사하르까지 가는 여행사버스는 없고 로컬버스만 있다고 한다. 일부 에이전시 들이 있다고도 하는데 아마 거짓말일 듯 싶다.
아침 일찍 터미널에 가보니 이른 시간임에도 터미널은 꽤 복잡하다. 창구마다 사람들이 잔뜩 몰려 있어 짜증도 날 판이다. 나도 인상을 팍 써 보면서 창구에 가니 창구에선 또 다른 창구를 가리키고, 그러기를 네 번째이다.
슬슬 스팀이 오르기 시작한다. 이번에도 다른 창구를 가리킨다. 난 바로 거기서 보내 이리로 왔다고 하자 내 표를 좀 더 유심히 보더니 이 버스는 자리가 이미 찼다고 한다. 버젖히 내 표에는 좌석번호도 있건만 담당직원은 난 모르겠다고 하면서 여행사에 전화를 걸어 확인해 보라고 한다. 지금 이 시간에 전화를 받을까 하면서도 전화를 걸어본다.

역시 안 받는다. 결국 미리 구입한 표는 후에 따져 환불 받기로 하고 다른 표를 산다.

내 짐작으로는 네팔에선 예약이라는 제도가 정착을 못 한 듯 싶다. 특히 로컬버스는 당일 구입해야 하며 투어리스트 버스도 미심쩍다. 여행사를 통해 수수료를 물면서 예약을 하면 좌석번호가 쓰여진 표를 주지만 결국 터미널이나 버스에 가서 확인하면 자리가 남아 있으면 주고 없으면 안 준다고 이해해야 할 듯 싶다.

<사진> 혼잡한 카트만두의 뉴터미널

아침에 잔뜩 흐리더니 가는 길에 비가 내린다. 버스는 아랑곳도 안 하고 잔뜩 속도를 높인다. 아침 7시에 출발한 버스는 3시경 베시사하르에 도착한다. 여기서 한 번 더 갈아타면 10km를 더 들어가는 쿠디까지 갈 수 있다. 날이 좋으면 걸어 2시간이면 갈 거리이다. 사실 버스에 짐싣는 시간을 기다리면 버스도 두 시간 정도 걸린다. 이 길은 아마 이 버스와 4륜구동이 아니면 올라가기 힘들어 보인다.
우기라 길이 진흙탕이 되어 있고 곳곳에 흙더미가 쏟아져 있어 좌우로 심하게 쏠리는 것이 마치 바이킹을 타는 기분이다.


버스에 내리자 마자 보이는 것은 현수교이다. 강 사이로 굵은 와이어를 연결해 거기에 다리를 메단 셈이다. 이거 처음부터 쎄게 나오는데..^*^ 강을 건너 숙소를 구한다.

여기 방값은 1-2000원 으로 충분히 싼 반면 음식값은 시내에 비해 비싼 셈이다. 하루 10불은 써야 저녘에 맥주라도 한 병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편하지는 않지만 다락방에 짐을 푸니 일단 마음이 놓인다.

다른 여행자가 있냐고 물어보니 대답이 시원 찮다. 발코니에 있는 식탁에 앉아 한 참을 지켜 봐도 외국 여행자는 세 명만 보았다. 한 명은 가이드를 데리고 왔고 또 다른 한 팀은 커플이다. 둘 다 내가 끼기 뭐한 셈이다. 뭐 아직 혼자가 좋다.

아무리 우기라고 하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트래킹 코스 중의 하나인데 이렇게 여행자가 없다니...

<사진> 쿠디로 넘어가는 현수교에서

새벽 비소리에 잠이 깼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굵지는 않지만 비가 계속 내리고 있다.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길을 떠날 준비를 한다. 이런 빗속을 걸으면 다 괜찮은데 신발이 젖는다. 어차피 방수가 되는 신발이라도 한 참 걷다보면 발목을 타고 들어가기 때문에 방법이 없다. 길을 떠나자 거짓말 처럼 하늘이 게이기 시작한다. 군데군데 햇살도 들어오는 것이 풍경이 좋다. 오히려 대기중의 먼지를 말끔히 씯어 내어 시야가 깊어진다.

첫날부터 고생길이 시작될 줄 알았는데 운이 좋은가 보다. 이 쪽 산길은 강을 끼고 등산로가 나 있다. 사람이 사는 마을에는 물이 필요하고 그래서 강 주위에 촌락이 형성되고 트레일 또한 이 마을을 연결하다 보니 계곡을 타는 셈이다. 능선길 처럼 시원한 맛은 없지만 아기자기한 맛은 있다. 1시간에 한 번씩 작은 부락이 보이고 하루에 두 번씩은 제법 규모가 되는(그래야 한 20-30호 정도 될까?) 마을이 보인다. 어딜가나 제일 먼저 눈에 뜨이는 것은 아이들이다.


<사진> 하루에 한 두번은 이처럼 제법 규모가 되는 마을을 만날 수 있다.


<사진> 히말라야에서 축구를 하는 아이들
작은 운동장에서 공을 차고 있길래 나도 끼어 본다.
이리저리 드리볼을 하다가 내가 두 골을 넣어 혼자 신이나 좋아하고 있는데 결국 나보고 나가라고 한다.
쩝. 너무 어린애들 노는데 낀 걸까?

외국 여행자는 안 보이지만 현지인 들은 자주 보인다. 때론 당나귀에 짐을 잔뜩 싣고 산 길을 오르기도 하고 박물장수도 보인다. 수세미에서 아이들 사탕까지 한 가미니씩 맨 박물장수는 마을마을 옮겨 다니면서 이 물건들을 파는 셈이다. 길은 역시 잘 정비되어 있다. 가끔 갈림길이 있지만 이정표가 있기도 하고 워낙 지나다니는 사람이 많으니 쉽게 물어볼 수 있다. 둗기로는 이 곳 안나푸르나 지역에 3만명이 거주한다고 하는데 이들 대부분 이 길을 이용하는 셈이다. 누구는 휴가를 내어 깔끔한 옷차림을 하고 오랜만에 고향을 찾기도 하고 누구는 아이를 안고 온 가족이 함께 이 길을 오르기도 한다. 먼저 '나마스테'하고 인사를 건네 본다.

혼자 약속을 했다. '나마스테'를 여기서 천 번만 먼저 건네보자 하고, 그러면 내가 무사히 이 트래킹을 끝낼 수 있을 거라고, 하루에 50번 사람을 볼 때 마다 하면 된다고, 혼자인 것이 약간 불안한지 스스로 주술을 건 셈이다.

점심을 먹고 또 움직인다. 앞서거니 뒤 서거니 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보조를 맞추기도 하고 몇 번은 당나귀들을 위해 길을 내 주기도 한다. 아이들이 쫒아 오기도 하고, 혼자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냇가에 앉아 세수를 하기도 한다.


길을 걷다보면 이렇게 그림같은 숙소를 쉽게 볼 수 있다.

예정보다 오늘 목적지에 일찍 도착했다. 그리고 이 곳은 가옥이 한 열채나 될까 그 중 반은 사람이 살고 있지 않는 것 같다. 기웃기웃 거려봐도 집에 알 전구 하나 달려 있지 않다. 이제 2시인데 뭘 하며 시간을 보내나 하다가 결국 다시 움직여 본다. 다음 마을에 도착하자 전봇대가 눈에 들어 온다.

오! 사랑스런 전봇대. 푸른 숲을 뚫고 우뚝 솟아 있는 근대적 이상!
마을 분위기도 전 보단 낫다. 숙소에 들어가 보니 방도 괜찮은 편이다. 콘센트도 보인다. 조심스럽게 전기가 들어오냐고 물으니 아직 연결이 안 되었다고 한다. 쩝! 이 마을의 다른 집도 그러냐고 했더니 그렇다고 한다. 다음 마을까지 내처 가 볼까 하다가 그냥 머물기로 한다. 언젠가 전기가 들어 오겠지...
얼마냐고 물어보니 120루피를 부른다. 좀 더 싼 방이 있냐고 하니 80루피를 부른다. 어디냐고 했더니 그냥 이 방이란다. 참나!

여기 기준으로 도미토리 60, 싱글룸80, 더블120루피 이다. 어차피 여기선 도미토리를 써도 혼자 쓸 것 같지만 너무 매정하게 굴지 않기로 한다. 그래봤자 1불에 묵는 셈이다. 여행자가 없어 좋은 점도 많다. 핫샤워를 한다. 이 곳 대부분의 숙소 옥상에는 집열판이 있어 태양열을 이용해 물을 데운다. 날이 궂거나 다른 이가 써 버리면 뜨거운 물은 쉽게 동이 나지만 이 마을 통 털어 손님은 오늘 나 혼자 인 듯 싶으니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물로 실컫 샤워를 한다.

그런데 역시 심심하다. 바로 그제 까지만 해도 카트만두에서 사람들의 숲속에 있었는데 여기는 모든 것이 느릿느릿 하다. 테이블 밑에 닭 한 마리가 꾸벅꾸벅 졸고 있다.

이 곳 숙소이름이 Peaceful Hotel이다.
혹 너무 Peaceful 한 것이 아닐까?


히말라야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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