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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 그 두번째 이야기 (2nd. story in Annapurna)

-Syange(1100m)-Tal(1700m)-Danaque(2182m)-Chame(2620m)

Tal 이라는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
시야가 막힌 계곡을 따라 걷다가 갑자기 이렇게 시야가 넓어지기도 한다.
산길을 걷다가 멀리 마을이 보이면 발걸음이 빨라진다.

아침에 일찍 떠날 준비를 한다. 하루 4-6시간 걷는 일정이지만 일찍 일어나게 된다. 사실 해가 지면 할 일이 없으니 일찍 잠이 들고 아침부터 닭과 개과 짖어대니 또 늦장을 부리기도 힘들다. 오후에는 몸이 축축 늘어졌지만 하루 자고 나면 몸은 다시 가뿐해 진다. 첫날 외국여행자를 몇 명 봤을 뿐 오늘은 한 명도 안 보인다. 또 휘적휘적 걷는다. 몇 일새 풍경이 고만고만 하다. 계속 계곡길을 타니 어디가 어딘지 구분이 안 간다. 가까이 보이는 고만고만한 산들을 계속 굽이굽이 도는 셈이다.
하나 도는데 한 시간 정도 걸리는데 그럼 지금까지 몇 개나 넘은 걸까?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그래야 단순한 리듬 몇 개를 계속 반복할 뿐이다. 그러다 지치면 혼자말로 '힘내라 힘' '힘내라 힘' 하기도 하고 '옴마니 밧메 홈'을 중얼거리기도 한다. 사람들을 보게 되면 '나마스테'하고 먼저 인사를 건네보지만 때론 대답이 없이 퉁명스럽다. 여기는 산골임에도 인심이 그리 좋지 만은 않다.
아마 앞서 다녀간 여행자가 이렇게 만든 것 같다.
때론 내가 이유없는 친절을 받을 때도 있지만 그 또한 앞서 다녀간 사람들이 만든 것이리라. 그러고 보면 적용하는 방법은 다르지만 카르마라는 것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른 점심을 먹는다. 폭포가 보이는 바로 앞 언덕에 식당을 만들어 놨다. 보통 아침은 티베탄빵에 잼과 밀크티로, 점심은 네팔의 주식인 달밧으로, 저녘에는 맥주와 간단한 스낵 혹은 두세가지를 시켜 푸짐히 먹기도 한다. 여기 음식은 가격에 비해 별로 먹을 것이 없다.(현지인과 외국인의 요금이 다르다.) 네팔의 주식은 달밧(달은 녹두 등의 곡물로 만든 스프를 가리키고 밧은 밥은 의미한다.)으로 인도의 탈리와 비슷한데 좀 더 부실한 편이다. 솔직히 어떤 경우는 내가 훈련소에서 먹은 짬밥보다 못한 편이다. 그래도 짬밥은 규정상 항상 계란 한 덩어리라도 나오지 않는가?

여기는 고기를 먹기가 쉽지 않다. 하긴 전기가 안 들어오니 냉장고가 없고 그러다 보니 저장할 방법이 없다. 그나마 흔한 것이 계란인데 이 마저 없는 식당도 많다. 한 번은 야크 시즐러(뜨거운 철판 위에 고기와 감자칩 그리고 누들 혹은 야채가 함께 나오는 유럽음식)를 시켰는데 시키고 나서 어떻게 고기를 보관할까? 하고 궁금했는데 음식을 보니 주방 위에 매달아 말린 고기를 구워 내 온다. 비우긴 비웠는데 두 번 다시 먹고 싶은 생각은 없게 만든다. 야채나 과일도 마땅한 게 없다. 이곳이 사과 생산지 라고 하는데 지금은 제철이 아니다. 야채 또한 상추 비슷한 것 한가지만 보인다.

아무래도 닭을 잡아야 할 것 같다. 내일은 닭 한마리 잡아 백숙이라도 해 먹어야 겠다. 이럴땐 친구가 있으면 참 좋을텐데 하고 아쉬움이 남는다. 듣기로는 한국 여행자들이 여기 히말라야에 다녀가면 동네에 닭이 안 남아난다고 하는데....

달스프와 감자커리 그리고 양파 한 조각과 밥이 전부인 셈이다. 그래도 이 정도 까지는 먹을 만 한데 커리도 안 나오는 경우가 있다.
또 음식을 시키면 세월이다. 빵을 시키면 그제서야 장작을 지피고, 반죽을 하고 굽기 시작하는데 갓 구워 낸 빵이 먹음직스러울 만도 한데 역시 맛은 별로다.

결국 쓰고 보니 음식투정을 한 셈이 되었다.

 

<사진>네팔리의 주식인 소박한 달밧

외국 여행자는 안 보이지만 아직까지 길에 현지인은 많이 보인다. 게 중 얼마는 한국에서 일했다고 한다. 무슨 일을 했냐고 물으면 대부분 화학공장에서 일했다고 한다. 조심 스럽게 물어본다.

'한국에서 살기 어땠어요?'
조금 망설이더니 좋았다고 한다.

'힘든 것도 많았지요?' 하고 다시 물으니
'일하는 것은 정말 힘들었어요!' 하고 대답한다.

'돈은 좀 벌어 오셨나요?' 한 번 더 물으니
별로 못 벌었다고 한다.

그래도 한국에 대해 나쁜 감정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다른 사람보다 나를 친절하게 대해 주고 주인인 경우는 간혹 음식값을 깍아 주기도 한다. 물어보니 여기서 한국을 가려면 최하 만불이 든다고 한다. 만불이면 그 비용을 건지는데 2년은 족히 걸릴텐데...그것도 직장을 옮기지 않고 월급을 꼬박꼬박 받아야 가능하다. 어느 정도 벌어오려면 결국 4-5년은 꼬박 일해야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탈(Tar)에서 산행 4일 만에 표를 검사하는 체크 포인트를 처음 본다. 여기에서 표를 보여주고 인적사항과 앞으로의 일정을 간략히 적게 된다. 앞서 다년간 여행자를 물어보니 오늘 세 명의 여행자가 이 곳을 지나갔다고 한다. 오늘 여기 묵는 다른 사람이 있냐고 물으니 나 혼자 라고 한다. 결국 오늘도 이 마을엔 외국인이 나 혼자인 셈이다. 아직은 괜찮다.

트래킹 도중 식수문제도 골치거리 중의 하나이다. 대부분의 여행자는 로컬워터를 먹어도 아무 이상이 없지만 누구는 한 번 잘못 먹고 일주일간 설사 때문에 생고생을 했다고 한다. 생수 1리터 한 병이 올라갈 수록 비싸져 천원이 넘는다. 매일 2-3병씩 비우면 이 것도 부담이 된다. 그렇다고 현지인들이 먹는 식수를 이용하자니 껄끄럽고 아이오딘이라는 약품으로 정수를 하자니 이것도 물맛을 버릴 것 같다.

여기에는 Safety Water라고 하는 상점이 있다. 안나푸르나보존지역계획(ACAP, Annapurna Conservation Area Project)에서 환경문제를 해결하고자 큰 마을마다 오존기계로 정수를 해서 물을 판다. 보통 일반 생수의 반 가격으로 판매를 한다. 아마도 이를 이용하고 마을마다 들려 잠시 쉴 때는 홍차를 한 잔씩 마시는 것이 가장 적당한 방법일 듯 싶다.


아직은 풍경이 고만고만 하다. 근 며칠새 계속 설악동 분위기만 보인다.
가끔 계곡에서 잠깐씩 능선길을 오르면 시야가 넓어지기도 하는데 하늘이 잔뜩 흐려 고봉들이 보이지 않는다.
이 곳부터 설산을 보면서 걸을 수 있는 길인데 아직 구경을 못 했다.
언젠가 볼 수 있겠지....


가끔은 트래커들을 위한 마을이 아닌 진짜 마을을 지나기도 한다.
띄엄 띄엄 가옥들 몇 채가 전부이지만 히말라야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그래도 밥을 먹거나 잠을 잘 때는 호텔이 좋다.

마을을 걷는데 큼직한 개 한 마리가 다가온다. 순간 움츠려 들어 뒤로 한 발짝 물러서는데 자세히 보니 꼬리를 흔들고 있다. 내가 앞서 걸으니 뒤를 쫄레 쫄레 쫒아온다. 내 길을 안내하는 것은 아닌 것 같고 아마도 누군가 그리운 것이 아닌가? 아니면 내가 외로운지 눈치를 챘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마을 두개를 지날때까지 같이 걷는다. 길은 하나이니 아마 쉽게 집을 찾아 가리라. 사실 집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쉬면 내 옆에 앉아 기다리고 다시 걸으면 또 따라온다.
그렇게 한 참을 걷다가 다리를 건너는 지점에서 돌아보니 이젠 돌아가버린다.

우습게도 나는 손을 흔들어 준다.


히말리야의 아이들

이곳에도 학교가 있다. 그것도 고등학교 까지 있다. 물론 양철지붕 하나 올린 소박한 모습이지만 때론 교복을 입고 몰려다니기도 하며 운동장에서 공을 차기도 한다.
누가 더 행복할까?
수업이 끝나자 마자 봉고차를 타고 학원으로 향하는 아이들,
그것도 모자라 밤늦게 까지 교육방송을 듣다가 잠이 드는 우리 아이들? 아니면 여기 아이들?

이제 3000m 가까이 올라온 셈이다. 매일 한 500m정도씩 올라온 셈이다. 아침 저녁으론 이제 쌀쌀한 편이다. 여기 마을은 마낭에서 제일 큰 마을의 하나이다. 전기도 계속은 아니지만 낮부터 들어온다. 몇 달전에 국왕이 여길 다녀 갔다고 한다. 그 때 국왕이 마을사람들한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대답하기를 전기라고 했다고 한다. 나나 그들이나 필요한 것은 비슷하다. 전화도 된다. 국제전화를 물어보니 분당 3000원이 넘는다.

내심 닭 한 마리 잡아 백숙을 해 먹고 싶은데 아무래도 부담스럽고 번거로와 수제비로 때운다. 조물조물 반죽을 하고 손으로 얇게 펴 수제비를 띄운다. 파가 없으니 양파로 떼우고 비상시(?)를 대비해 가져온 라면 스프로 간을 하고 마지막은 계란 한 개를 풀어 넣는다. 사실 수제비는 간단한 음식인데 그릇 달라, 양파하나 꺼내 달라, 물은 어디있냐 하면서 계속 물으니 부산을 떤 셈이다.
생각해보니 티베탄음식 중에 수제비와 비슷한 음식인 뗀뚝이라는 것이 있다. 메뉴에는 없지만 이곳 안나푸르나 사람들 대부분의 뿌리는 티벳이니 그냥 뗀뚝을 시키고 다른 양념대신 이 스프를 건네주면 될 것을 하는 생각이 든다. 여하튼 쌀쌀해진 날씨에 얼큰한 국물이 들어가니 좋다.

이 놈의 식성이 참 부담스러울 때가 많다. 매번 비우기는 하지만 역시 뭔가 허전하다.


아마 안나푸르나 지역에서 가장 훌룡한 주방이 아닐까 싶다. 많은 식기 들이 한쪽에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고 꽤나 깨끗하다. 여기는 주로 이렇게 나무를 때거나 간혹 케로씬(등유?)을 사용하기도 한다.


한 참을 저렇게 앉아 있다.


세월의 흔적이 너무 거칠어 쳐다 보는 것 조차 조금 부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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