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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 그 네번째 이야기 (4th. story in Annapurna)
-Manang(3530m)-Thorung Phedi(4441m)
마낭에서 본 파노라마,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좌측부터 Annapurna 2(7937m), Annapurna 3(7555m), Gangapurna(7454m), Tilicho Peak(7134m)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
아니 잠이 깼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새벽녘에 빈대때문에 다시 긁적긁적 대느라 잠을 설친 셈이다. 침낭을 햇빛에 널어봐도 별 소용이 없다. 몸에 물린 곳이 이제 수십 군데에 달한다. 이거 몇 일만 지나면 마치 홍역을 앓은 사람처럼 온 몸에 붉은 반점이 덕지덕지 생길 것 같다. 결국 하산할 때까지 끌어 안고 있어야 할 것 같다.
아니 끌어안기는 뭘 끌어않냐! 승질 같아선 옷가지를 확 불살라 버리고 싶은데 차마 그럴 순 없고.....

아침 일찍 일어나 창문을 열어보니 오랜만에 아침 햇살이 가득하다. 그리고 여태까지 그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 설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얼른 카메라를 챙켜 사다리를 타고 옥상에 올라가 본다.

안나푸르나2봉, 3봉 그리고 강가푸르나, 마지막으로 어제 살짝 그 모습을 드러낸 틸리초봉 까지 파노라마 처럼 펼쳐진다. 이걸 보려고 여기까지 걸어 온 것인가?


Annapurna 2(7937m)
마낭에서 볼 수 있는 가장 고봉인 셈이다. 밑에서 구름이 이제 막 생겨 서서히 감싸고 있다.


Annapurna 3(7555m), Gangapurna(7454m)
마낭에서 가장 가까이 위치한 봉우리이다.


Tilicho Peak(7134m)
마낭에서 곁가지를 치면 틸리초봉 근처의 틸리초 호수를 다녀올 수 있다.
5000m급에 호수가 있는데 지금은 비수기라 숙소가 제대로 운영이 될지 모르겠다.


하루 잤는데도 두통은 더 심해지지도 않고 나아지지도 않는다. 하루 더 묵기로 한다. 일반적인 일정으로도 대게 고산적응을 위해 마낭에서 이틀씩 묵는 것이 보통이다. 이곳 마낭은 규모가 제법 되어 우체국에 병원까지 있다. 진료팀은 네덜런드에서 온 자원봉사자들 이라고 한다. 하지만 결국 지금은 비수기라 진료소도 우체국도 모두 문을 닫았다. 그리고 아주 신기하게도 영화관이 있다. 영화관이라기 보다는 비디오방이라는 것이 더 정확하지만 좌석까지 갖춘 비디오방이 이 산골에 웬 말인가 싶어 한 번 가 보았다.

지금은 전기가 나오지 않는데 어떻게 영화를 상영하냐고 물으니 태양전지를 이용한다고 한다. 태양열을 이용해 축전지에 충전을 하고 이것으로 TV와 VCD를 상영하는 셈이다. 처음엔 미심쩍었지만 한 번도 끊기지 않고 비교적 좋은 화질을 보여준다.

'티벳에서의 7년'이란 영화다. 손님이 없으니 내가 직접 영화를 고를 수 있는 셈이지만 아마 여기서 가장 많이 상영되는 영화를 고른 셈이다. 오래전에 한 번 본 적이 있는 영화이니 자막이 없어도 이해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다. 항상 자신과 그리고 주변과 치열한 싸움을 하는 브래디피트가 티벳속에서 점점 세상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 그 주요 내용이다. 그리고 그 배경은 1950년대로 티벳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곁들여 보여준다.
줄거리도 좋고 영상도 좋은데 왜 이영화가 한국에서 흥행에 실패를 했는지 모르겠다.

마낭은 여러가지로 편리한 시설들이 잘 갖추어져 있다. 자질구례한 소모품에서 부터 필요하다면 등산용품까지 구입을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좋은 숙소들도 많아 몇 일씩 묵을 수 있고 근처에 몇 시간 짜리 산책 코스도 있다.

그런데 이 큰 마을에 트래커들이 한 손으로 꼽을 정도밖에 없다. 일부 상점들과 호텔들은 문을 걸어 잠그기도 하고 전기도 이틀에 한 번씩 그것도 저녘에만 들어온다. 다행히 우기임에도 아직까지 제대로 비를 맞어본 적은 없어 편하게 온 셈인데 불편한 것이 있다면 얘기나눌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냥 현지인과 잠깐씩 얘기를 나눠보기도 하지만 워낙 관심사가 다르니 오래가지 못하는 셈이다.

산골에 푹 박혀 있으려고 이곳에 왔는데 몇 일 지나지 않자 온 몸이 근질거리는 셈이다.

이제 반 정도 지났는데 벌써 사람이 그리워 진다.
<사진> 이른 아침 어디론가 떠날 준비를 하는 사람들

<사진> 마낭에서의 아침

아침에 또 일찍 잠이 깬다. 또 긁적긁적 대느라 잠을 설친 셈이다. 어제처럼 설산을 볼 수 있을까 기대해 보며 해가 채 뜨기도 전에 옥상에 올라가 기다려 보지만 오늘은 날이 잔뜩 흐려 좀처럼 그 모습을 보여 주지 않는다. 이왕 일어난 거 일찍 출발을 한다. 두통은 오늘도 나아지지도 않고 더 심해 지지도 않는다. 한 시간에 한 번씩 짧게 욱신욱신 쑤신다. 오늘부터 이틀간은 가장 힘든 코스 중의 하나이다. 오늘은 하루 동안 4500m인 초롱페디까지 1000m를 올라가야 한다. 최고점인 초롱패스까지 가는 길의 마지막 숙소인 셈이다.

그리고 다음날은 가장 힘든 초롱패스를 넘어야 한다. 두통이 계속 신경이 쓰이지만 어쩔 수 없다. 더 심해진다면 계속 갈 것인가? 아님 내려 올것인가를 선택해야 하지만 다행히 더 심해지지는 않는다.

오늘 내일은 겨울이다. 폴라폴리스자켓에 고어텍스 윈드자켓까지 껴 입고 장갑에 모자도 두개씩 쓴다. 다행히 바람이 심하지 않아 아직까지 괜찮은 셈이다. 4000m가 넘어가면서 주변에는 제대로 된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는다. 낮은 관목들만 보이고 또 게중에는 현지인들이 땔깜으로 쓰기 위해 불을 질러 놓아 검은 나뭇가지만 앙상하게 보이는 것이 황량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꼭 티벳 같다. 그리고 여기부터 트래커들은 물론 현지인들도 잘 안 보인다.
2-3시간을 걸어도 한 두명 보일까 말까한다. 그냥 혼자 투벅투벅 걷는 셈이다.

아마 후에 안나푸르나를 기억하면 이 길들이 생각날 것 같다.

작은 흙먼지 길을 혼자 투벅투벅 걷는 기억들, 혼자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가다 힘들면 배낭을 깔고 앉아 우두커니 먼 곳에 시선을 두기도 한다.

그러다 사람을 만나면 반가워 서로 인사를 건넨다.

<사진>토롱페디 가는 길

그러다 심심해 셀프를 찍어 보았다.


한참동안 제대로 된 거울을 못 봣으니 나도 내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좀 달라진 것 같기도 하고 그대로인 것 같기도 하고..

내일은 좀 걱정이 된다. 오늘은 하루종일 흐리고 간혹 싸리눈도 잠깐씩 흩 뿌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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