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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가 있는 마을 포카라-Lakeside town Pokhara

포카라의 호수 페와탈의 저녁

포카라는 수도 카트만두 다음으로 여행자들에게 유명한 곳이다. 70년대 초반 히피들에 의해서 알려진 이곳은 이제 히피들은 안 보이고 배낭여행자만 가득댄다. 설산이 호수 위에 비치는 이곳을 보고 히피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어 유명세를 타면서 숙소와 많은 식당 등이 들어섰고 물이 어느정도 흐려졌다고 생각했을 때 그들은 배낭여행객에게 자리를 내주며 떠난 것이다.
그러고 보면 배낭여행자는 항상 뒷북만 치고 다니는 셈이다.

기후도 온난하여 포카라는 겨울에도 낮에는 20도에 이르며 여름에도 30도 이상은 잘 올라가지 않는다.
지금은 몬순이 시작되는 때라 여행자마저 그리 많지 않다. 내심 오기 전에는 포카라의 유명한 사진, 호수위에 설봉들이 비추는 지점이 어딜까 하고 궁금했는데 구름이 잔뜩 끼고 하루에도 두 세차례의 소나기가 내려 일찌감치 사진은 포기를 한다. 그러고 보면 여기와서 특별히 한 것이 없다.

첫 날은 카투만두에서 만난 한국인을 봐 늦게까지 맥주를 마셨고 다음날은 이 친구한테 소설책을 한 권 빌려 침대에서 빈둥대며 시간을 보냈다. 또 하루는 자전거를 빌려 오전에는 북쪽으로 쭉 나가봤으나 소박한 마을들이 조금 보일 뿐 또 특별한 것은 없다. 하루는 시내에 나가 인터넷도 하고 좀 돌아보았지만 결국 지쳐 서둘러 택시를 타고 레이크사이드로 다시 돌아온다.

이것도 큰일이다.
여행이 길어질수록 점점 눈이 높아간다. 고만고만한 것은 성에 안 찬다는 것인데 그 이상을 볼려면 물어물어 한 참을 들어가야 하고 이는 시간도 오래 걸릴 뿐더러 체력도 때론 감당하기 힘들다.
그러고 보면 여행자들 사이에서 다들 괜찮다고 입소문이 난 곳은 가기가 힘들다. 정말 괜찮은 곳인지, 힘들여 간 곳이니 공치사를 한 것인지 모르겠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하지만 그것은 역시 가봐야 안다.


북쪽으로 올라가 보면 호수를 타라 논들이 늘어서 있다. 때론 논인지 호수인지 구분이 안간다.
논바닥에 낡은 배 한척이 있기도 하고 이처럼 다리가 놓여 있기도 하다.


남아든 여아든 시골로 가면 이렇게 발가 벗겨 키우기도 한다.
뭐 가장 큰 이유는 매일 빨래를 감당하기 힘들어 그런 것이겠지만

오후에는 남쪽으로 향한다. 포카라는 늘어나는 여행자들을 위해 기존의 호수가(Lakeside) 이외에도 댐이 있는 쪽에(Damside라고 부른다.) 타운을 하나 더 개발하였다. 아담한 이층집을 지어 방마다 화장실을 들이고 옥상에는 그들로선 필요 없는 태양열 집열판을 설치하고, 여기가 전망이 최고라 선전 하지만 지금은 여행자들보단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업을 삼는 현지인이 몇 배나 많아 보인다.

또한 길거리 양쪽으로 건물들이 들어서 이제는 길에서 호수도 설봉들도 더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다.

식당들 앞에는 작은 흑판에 오늘의 영화를 써 놓아 손님을 기다린다. 예전 그 맑은 호수는 5.1채널 음향 시스템이 어우러진 대형 TV에 자리를 내 준 셈이다.

 

<사진>포카라의 레이크사이드

그것도 그리 나쁜진 않다. 푸짐한 스테이크를 저녘으로 그리고 시원한 맥주와 함께 최신 헐리우드영화로 보며 시간을 보낸다. 늦게 돌아가는 숙소 골목길엔 외등 하나 비춰져 있고 멀리서 부터 개가 짖기 시작한다.


내가 어렸을 때는 중량천 상류에서 저렇게 물장구를 치고 놀았는데..
물론 아무리 좋게 생각해 볼려고 해도 저 물보다 확실히 수질이 떨어졌다.

몇 일 있으니 또 심심해 진다. 내일은 떠나야 겠다. 저녁 나절 방구석에서 빈둥대다가 심심해 근처 한국인 숙소를 찾아간다. 다행히도 아는 친구가 있다. 맥주 한 잔 하자고 얘기를 꺼내기 무섭게 어제 과음을 한 얘기를 꺼낸다. '나 내일 떠나는데..' 하고 말끝을 흐리니 그제서야 맥주잔을 든다. 한국사람들은 좋다. 아쉬울땐 이렇게 정을 들먹이면 된다. 맴버는 나까지 세 명이다. 술 몇 배가 돌고 날이 저물자 분위기는 점점 재미있어 진다. 첫사랑의 얘기도 나오고 노래 한 소절씩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시간은 뉘엿뉘엿 흐르더니 1시가 좀 지났을까? 문제가 생겼다.
여기 한국인 숙소와 내 숙소 사이에는 일컫기를 늑대개라고 하는 개 한마리가 버티고 서있다. 담장 위에 우뚝 올라앉아 밤늦게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컹컹 짖어대다가 한번은 내려와 짖으며 쫒아 오기도 한다. 늑대개, 사실 늑대의 혼혈종은 아니겠지만 다른 동네개를 일거에 제압하는 것이 이 동네의 터주대감은 틀림없다. 덩치도 제법 되어 짖으면서 쫒아오면 등골이 오싹한다. 내가 그 얘기를 꺼내니 바래다 주겠노라고 얘기한다. 다들 여행하면서 단맛 쓴맛을 본 사람들인데 문을 나서면서 보니 누구는 우산을 빼어 들었고 누구는 돌맹이를 하나 집어들고 나는 운동화 끈을 조인다.

옆의 친구가 나에게 묻는다.
'니가 운동화 끈을 메면 개 보다 빨리 뛸수 있니?'

나는 대답한다.
'아니! 개 보다는 빨리 못 뛰지, 그래도 너 보다는 빨리 뛸 수 있지'

역시나 다를까? 근처에 다가서자 사납게 짖어대기 시작한다. 입으로는 쯧쯧쯧 하면서 달래보기도 하지만 도망갈 궁리가 한창이다. 근처에 다가서자 역시나 하고 담장위에서 뛰어내려 짖으며 가까이 다가온다. 누구랄 것도 없이 먼저 도망가다시피 하여 내숙소에 도착했는데 이번엔 이 친구 둘이 갈 길이 걱정이다. 골목에서 지키고 서 있는데 저길 어떻게 뚫고 들어가냐고 하면서 숙소 스텝에게 도움을 요청해 바래다 달라고 한다. 그렇게 헤어졌다. 나중에 또 봐요! 라는 기약없는 약속과 함께......

카트만두로 돌아가 파키스탄 비자를 받고 인도로 넘어갈 예정이다. 인도에서 들어오는 사람한테 계속 물어본다. 40도 넘어요? 하고
가는 길에 룸비니나 들려 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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