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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머리와의 전쟁 -War against with leech


감상에 젖게 하는 비도 계속 맞으면 진절머리가 난다.

거머리
지금은 우기이다. 구름이 끼는 것은 괜찮다. 오히려 설산이란 모름지기 구름에 가려 있다가 한 순간에 그 위용을 드러낼때가 더 멋있는 법이다. 겨울철 맑은 날씨가 계속될 때는 설산도 대면대면한 법이다. 구름이 천천히 올라가는 것을 지켜보거나 운해가 발 밑에서 치켜 올라가는 것을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문제는 비를 맞는 것이다. 몸은 천근만근 무거워 지고 길은 진흙탕으로 변한다. 또 하나는 거머리이다. 이 놈은 도대체 익숙해지지 않는다. 다녀온 여행자들에게 묻고 다닌다.

'거머리는 어디에나 있어요. 심지어 식당이나 욕실에도 있지요.
어떤때는 나무에서 후두둑 떨어지기도 한답니다.'

여행담에는 의례 과장이 껴야 제맛이지만 여행자들의 구라가 점점 심해진다. 그 중 최고는 이것이다.

'하늘에서 검은 비가 내려요.'

두려움은 대부분 무지에서 비롯된다. 난 이번에 이놈을 차분히 관찰하기로 한다. 우리의 그것과 달리 배쪽에는 빨판이 없고 머리에 있다.

직경은 1mm에서 배가 부르면 5mm까지 굵어지기도 한다. 평소에는 머리를 고추세워 흔들면서 먹이를 찾고 사람이나 동물이 다가오면 용수철 운동을 하며 다가간다. 아마도 후각을 이용하거나 온도를 감지 하는 듯 하다. 어쩌면 개미처럼 성능좋은 적외선 센서가 달려있는지도 모를일이다.

히말라야 거머리는 이렇게 생겼다

수분을 좋아하며 수분이 없는 태양광 아래서는 한 시간만에 말라 죽는다. 거머리가 싫어하는 것으로는 소금, 담배, 휘발류, 각종 파스, 맨소래담로션, 벌레기피제 등이 있으며 최고의 천적은 닭이다.

이상 알아서 별 소용없고 몰라도 전혀 지장 없는 낮술의 잡학사전

우리가 이용하는 방법은 맨소래담 로션과 소금이다. 아침에 출발하기 전 발에 맨소래담 로션을 바르고 양말을 신는다. 그리고 소금주머니를 하나 만들어 스틱에 만들어 놓았다. 중간중간 쉴 때 마다 신발을 확인하고 소금주머니로 툭툭 쳐 신발을 소금으로 코팅을 한다. 이 정도하면 신발에 거머리가 달라붙은 후 어디로 갈 지 우왕좌왕하게 된다. 이 때를 놓치지 말고 스틱으로 툭툭 쳐 떨어뜨려야 한다.
그러고 보니 엉스는 걷는 시간보다 거머리에 신경을 쓰는 시간이 더 많다. 그래도 효과는 있다. 트래킹 4일 째 나는 네 방을 물렸고 엉스는 한 방만 물렸다. 이도 몇 일 하니 귀찮아 진다. 이젠 건성건성이다.

풍경은 아직 고만고만 하다. 길을 계속 오르막과 내리막이 번갈아 나온다. 주머니에 손 찔러 놓고 이어폰을 꼽으며 흥얼흥얼 거리며 굽이치는 아득한 트레일을 투벅투벅 걷는 것이 히말라야의 가장 큰 매력인데 ABC는 그런 곳이 없다. 계속 바닥만 보고 걸어야 한다. 설산은 잠깐씩 그 위용을 드러내지만 여전히 멀리있고 또 내가 올라갈 곳이 아니니 잠깐 눈을 줄 뿐이다. 힘은 힘대로 들며 길은 재미가 없다.

그런데 왜 이코스에 유독 한국인들이 많을까?
여전히 수수께끼이다.


한국인 단체가 히말라야를 훓고 지나가면 닭이 남아 나지 않는다는 소문이 있다. 조심해야 한다.
이 닭은 거의 야생닭에 버금가는 근육을 가지고 있다.
압력밥솥에 한시간을 삶아도 젖가락이 들어가지 않을 수 있다.

내가 여기서 히말라야를 즐기는 방법은 아줌마들하고 수다를 떠는 것이다. 위치가 애매하고 시설이 형편없는 곳은 그저 간신히 길손들에게 차나 파는 곳이 있다. 이런곳에는 어김없이 중년의 아줌마들-신기하게도 대부분 과부들이다.-있고 그네들은 낯 선 이에게 웃음을 드러내며 수다를 떨기를 좋아한다. 딸 내미는 옆의 마을로 출가해 무슨 롯지를 열었고 내가 소개했다고 하면 방 값은 안 받을 것이라는 유용한 정보부터 심지어는 이불 속 얘기까지 거침없이 풀어낸다. 무안한지 손님 옆에는 앉지 않고 그 난간에 팔꿈치를 베고 수다를 풀어내는데 기본이 한 시간이다. 우리는 아직 아이 생각이 없다고 하자 그녀는 무자식이 상팔자라 하면서도 자기는 다섯이나 있다고 자랑을 한다. 그러면서 그녀는 치맛단을 올려 아이를 숭숭 뽑아내는 동작까지 보여준다. 이렇게 그네들 얘기를 들어주면 한 두시간은 훌쩍 지나가고 내 피로도 쉽게 풀리게 된다.

우리 어머니는 아직도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옆 사람에게 말을 건네곤 한다. 내가 건네면 싫어할 사람들이 신기하게도 나이드신 어머니가 하면 곧잘 반응이 온다. 그리고 대부분 내릴때까지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다 인사까지 하며 헤어진다. 나중에 또 만나요. 하며 빈말을 건네지도 않고 연락처를 주고 받지도 않는다. 우리들 대부분이 광고로 가득찬 무가지를 보거나 핸드폰으로 별 소용없는 문자를 보내는 그 시간에 말이다. 그리고 보면 난 길 위에서 어머니를 닮아가고 있는 셈이다.

나도 좋으나 싫으나 옛날 사람인 셈이다.

히말라야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은 책을 보는 것이다. 이번엔 종이책 대신 전자사전에 책을 담아왔다. 역시 책은 종이로 읽어야 제맛이지 하는 아날로그 사람들도 한 번 시작하면 꽤 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침대에 누워 배 위에 올려놓고 스크롤바만 누르면 된다.

책보다 가볍고 음악도 함께 들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이점은 불이 나가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심해라! 히말라야에서는 해가 지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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