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안나푸르나 라운딩 트래킹기록 2006년 에베레스트 트래킹기록 2007년  랑탕 트래킹기록 2008년 ABC 트래킹기록 2009년 겨울 묵티나트 트래킹
홈으로
네팔 이해하기 트래킹에 대하여 산행기로 이동 포카라와 안나푸르나 게시판 오래된 여행기
 
ABC, 안나푸르나의 성역 - ABC, Sanctuary of Annapurna


ABC에서 바라 본 안나푸르나의 일출

산에서 길은 보통 산짐승들이 다니던 소로들이 확장되어 만들어진다. 그것이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길이되고 그 후에 여행자들이 뒤를 잇는 것이 수순이다. 그런데 이곳 ABC루트에는 촘롱이후로 마을이 없다. 그저 트래커들을 위한 롯지만 있을 뿐이다. 이곳 ABC는 네팔의 다른 루트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안나푸르나를 가장 빠르게 접근하기 위해 오직 산악인만을 위해 길이 만들어졌고, 그들을 위해 롯지를 만들고, 그 뒤를 트래커들이 있는 셈이다. 그래서 이곳엔 곰팡이 향기나는 마을도 없고 때가 꼬질꼬질한 아이들도 안 보인다. 그저 표준화된 롯지와 메뉴판만 있을 뿐이다.

그래도 한가지 여기까지 발품을 판 보람이 있다면 ABC 뒤의 언덕이다. 보통 대게의 뷰포인트가 180도 파노라마뷰를 자랑하지만 이곳은 360도 파노라마 즉, 히말라야 한복판에 들어온 셈이다. ABC루트의 공식명칭은 Sanctuary trekking 즉 히말라야의 성역 한복판으로 직접 들어가는 루트이다.


MBC(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에서 ABC(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로 가는 길

MBC부터 길이 확실히 달라진다. 시야가 갑자기 넓어지고 경사도 완만하다. 뒤로는 마차푸차레가 앞으로는 안나푸르나 1봉, 남봉등의 고봉이 펼쳐진다. 이런 길은 이어폰을 꼽고 주머니에 손 질러 넣고 흥얼흥얼 거리며 가도 좋다. 아니 사람만 없다면 양팔 벌려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면 좋을 길이다. 이제서야 히말라야 한 복판으로 넘어 온 느낌이다.

그리고 그 중 최고는 ABC의 뒷편 언덕이다.
먼저 보이는 것은 어느 산악인의 무덤들이다. 인간이 만든 것중 무덤만큼 상징적인 것이 어디 있겠는가.
묘비에는 한 인생이 어떻게 살다 사라졌는지를 짤막하게 보여주고 있다. 산이 좋아 산에 묻히다 뭐 그런 식의 감상적인 문구가 아니라 언제 태어나 어디를 갔고 언제 어디서 죽었다는 몇 개의 사실의 나열이다. 그 행간을 읽어내는 것은 결국 트래커의 몫일 것이다

그 다음 오색의 타르쵸들을(티벳불교에서는 경전을 옮겨 적은 오색의 깃발을 성지에 걸어놓는다.) 걸어 놓았다. 이곳은 마치 일반 트래커가 갈 수 있는 마지막 길이라는 곳을 알려주는 듯 하다. 이곳을 넘어설려면 적절한 장비와 기술 그리고 체력이 있거나 아니면 지독한 치열함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 다음부터는 그들 말대로 신의 영역일 수 있다.


안나푸르나 남부빙하

해가 뜨자 밑에서 부터 서서히 운해가 차기 시작한다.
태양에 의해 서서히 달궈진 대기가 구름을 만드는 것이다. 발 밑을 보자 거대한 빙하가 켜켜히 쌓여있다.
호기심에 내려가면 그 검은 아가리가 순식간에 날 짐어삼킬 것 같은 두려움이 인다.

산에서 배우는 것이 있다면 스스로가 얼마나 허약하고 보잘 것 없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일 것이다. 산에 사는 사람들은 안다. 그들은 함부로 길을 떠나지 않는다. 오직 외지에서 온 사람들만이 스스로를 시험하고 잘못되면 묘비명을 남겨 후세의 트래커들한테 숙제같은 것을 안겨주는 셈이다.

이전페이지로.... 목차페이지로.... 다음페이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