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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스탭 한 명 그리고 나 -Just only one staff and me.
Namche Bazar(3440m)-Phortse Tenga(3860m)-Machhermo(4470m)


만약 다시 갈 수 있다면 여기서 하루 이틀 묵고 싶다. Mong(3850m)

남체 바자르 위의 언덕을 넘자 그림같은 트레일이 펼쳐진다. 이때부터 설산을 보며 걸어갈 수 있다. 오른쪽으로는 아마다블람(6856m)이 손에 잡힐 듯 보이고 멀리 로체(8414m)나 에베레스트(8650m)도 능선에 따라 사라졌다가 나타나곤 한다. 이제 길은 계곡보다 능선에 가깝고 조금 더 지나자 길은 두 갈래로 나뉘어진다. 하나는 내가 가는 고쿄쪽이고 다른 하나는 에베레스트 쪽이다. 나는 왼쪽 길을 택한다. 사람들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는 셈이다.

앞서 한 명이 길을 간다. 처음에 나는 방해를 주지 않을 셈으로 얼마간 거리를 두고 따라가지만 그는 말동무가 필요한 지 기다리는 눈치이다. 누구일까?
트래커 같지도 않고 가이드나 포터가 혼자 갈 리도 없으니 이도 아니다. 낡은 배낭과 스틱을 챙겨가는 그는 누구인가?

결국 얘기를 해 보니 그는 여기 국립공원직원, 좀 더 정확히 얘기하면 우편배달부였다. 한달에 한 번 루클라에서 고락셉까지 보름에 걸쳐 우편물을 수거하고 배달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내가 세상에서 최고의 포스트맨이라고 치켜세우자 그는 알 듯 말 듯 엷은 미소를 띄운다. 혼자 오랫동안 산 사람들처럼 표정의 변화가 거의 없다.


히말라야의 포스트맨

가는 길에 경치가 꽤나 아름다운 곳이 하나 보인다. 상게도제라라고 하는 큰 스님이 탄생한 곳이라고 소개된 이곳은 그 만큼의 장소성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는 쵸르텐에 엮인 룽다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고 그 너머로는 설산이 한 가득 눈에 들어온다. 점심을 시켜먹으면서 한 참을 해바리기를 하며 쳐다본다. 그러다 또 한 참을망설인다.

자고갈까? 말까?

어차피 하루쯤 늦쳐진다고 해도 일정에 지장은 없고 앞으로 이 같은 곳은 만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함께 든다. 하지만 결국 가는 길을 택한다. 아직까지 갈 길이 걱정되나 보다.



몽라에서....

두 시간 남짓 걸어내려간 포첸텡가에 짐을 푼다. 다른 트래커들이 있냐고 물어보지만 일주일전에 한 팀이 다녀갔을 뿐이라고 한다. 그래서 일까? 그는 내가 온 것이 꽤나 반가운 눈치이다. 주인이 아닌 스텝의 입장으로는 손님이 와 봐야 번거로울 뿐 득 되는 것이 없을 텐데도 반색을 하며 반긴다.

이제 스물을 갓 넘긴 그는 이곳에서 혼자 겨울을 나는 셈이다. 집은 루클라와 지리사이의 농촌마을에 있다고 한다. 집이, 가족이 그립지 않냐고 물어보니 그래도 여기가 낫다고 한다. 농사짓는 것은 힘들다고 한다.
외롭지 않냐고 물으니 그는 친구가 있다고 대답한다. 오늘도 국립공원 관리소 직원 두 명이 차 한잔 마시고 갔다고 한다. 저 밑의 포첸에도 친구가 있어 가끔 카드게임을 하러 오고 위의 마체르모에도 가까운 형이 있다고 하며 숙소이름을 알려준다. 여기서 마체르모까지는 하루 일정이다.

저녁을 같이 먹고 좀 더 늦게는 팝콘을 한 양푼 튀겨 나눠 먹는다. 그는 물어보는 말에만 대답할 뿐 말 수는 적다. 꼭 알퐁스도테의 <별>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같은 분위기이다. 내가 그 나이의 스테파네트였으면 그는 동짓달 밤새 설레움에 빠져 들었을 수 있지만 수염이 덮수룩한 남자가 앞에 앉아 있으니 몇 마디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다가 잠자리에 든다.

날이 조금 더 추워졌다. 오늘부터는 외투까지 입고 침낭속으로 들어간다.

산에서 어떤 곳에 자는 지 궁금한가?

보통 4000m정도 되면 이와 같은 방에서 자게 될 것이다. 방 안엔 전기가 안 들어오고 당연히 난방시설은 없다.

가격은 1500원으로 저렴하지만 뜨거운 물 한 양동이도 1500원 이다. ^*^

우울하다고?
솔직히 우울하다. ^*^

 

<사진>마체르모의 숙소


아마 이곳이 숙소가 아닌 마지막 마을일 것이다. 겨울에는 사용을 안 하는 듯 굳게 닫혀있다.

해발 4000m가 넘으면 이제부터 땅에 씨를 뿌려 무엇인가를 얻기 힘든 높이이다. 영어로 팀버라인이라고 하는가? 트레일은 수목한계선 사이로 나 있어 아래는 수목이 군데군데 보이고 위로는 황량한 풍경이 펼쳐지며 그 사이로 마지막 마을 몇 개가 군데군데 펼쳐진다.

한 곳에 들려 차를 한 잔 시킨다. 마당에 아이가 놀고 있어 카메라를 들자 그 아이는 나한테 돌을 던진다. 할아버지가 나서서 그 아이를 꾸짖는다.

너는 왜 나한테 돌을 던지니?
나 또한 그냥 니네 사는게 궁금해 멀리서 온 여행자에 불과한데...

야단맞은 그 아이의 기분을 풀어주고자 잠시 함께 놀아주고 다시 길을 떠난다. 저녁에 숙소에 들지만 오늘도 이곳에 스텝한 명 그리고 나 뿐이다. 어제묵었던 숙소의 간차라이라는 친구가 여기를 얘기해줬다고 하니 친구라며 안부를 묻는다. 그 때문이였을까? 오직 나만을 위해 식당에 있는 난로에 야크똥 한자루를 한 가득 쏟아 붇는다.

그런데 그도 역시 말이 없다. 얼마나 여기서 일했냐고 하니 8년째란다. 주섬주섬 몇 마디 얘기를 나누다가 잠을 청한다.

마당 한 가득 은하수가 쏟아지는 밤이다.

그런데 나는 왜 혼자인가?

일정만 조금 조정하면 다른 팀에 속할 수도 있었다. 실제로 남체에서는 한국사람들도 있었다. 고쿄대신 칼라파타라로 먼저 가면 그들과 1주일 이상 함께 할 수 있었다. 게다가 느낌이 좋은(솔직히 말해 조금 이쁜 ^*^) 언니들이 드물게 같이 가자고 했는데도 내 길로 갔으니 조금은 이상한 일이다.

아니면 하루 몇 천원에 영어를 할 수 있는 포터를 구할 수도 있다. 또는 숙소스텝과 그가 좋아하는 카드게임을 하며 늦게까지 우울한 침낭속에 들어가는 시간을 연기할 수 있는데 말이다.

어쩌면 철저히 혼자되는 시간을 위해 이 곳에 왔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몸을 웅크린다.


중앙에 가로지르는 하얀 실선이 트레일이다.
오르막도 내리막도 없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트레일이다. 어떤가?
저길 걸어보고 싶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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