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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즐거움. 히말라야- Pleasure for Walking. Hymalaya  


옥수수밭 한 가운데 세워 둔 타르초

누가 나에게 산을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글쎄요, 산보다는 걷는 것을 좋아해요라고 답할 것이다. 그 유명한 산인 에베레스트만 하더라도 나는 티벳, 인도 네팔에서 봤지만 다시 본다고 해도 어느 것이 에베레스트인지 모른다. 누가 옆에서 저건 에베레스트라고 설명을 한다면 열심히 주어담지만 어차피 내가 갈 산도 아니고 여전히 너무 멀리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여행에 다시 히말라야를 선택한 것은 이곳이 걷기에 최고의 장소라는데 있다. 걷는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그 멀리까지 가 너스레를 떨건 뭐냐라고 반문을 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길에도 좋은 길과 나쁜 길이 있다는 것이 내 너스레이다.

우리는 좋건 싫건 매일 걸어야 한다. 출근길 지하철을 갈아타기 위해 걸어야 하는 환승통로보다는 그나마 아파트단지의 공원길이 낫고 그보다는 언덕이 있는 골목길이 더 좋다. 걷기 좋은 길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먼저 차가 다니지 말아야 한다. 차가 다닌다면 그 길은 사람이 아닌 차를 위해 디자인된 도로이다. 또한 땀 흘려 걷는 길 옆에 버스가 경적을 내며 당신옆을 지나친다면 내가 왜 이 길을 걷는가하는 쓸데없는 상념에 빠질 수 있다.
둘째, 길에 뭔가 다른것이 있어야 한다. 사막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가도가도 보이는 것은 모래와 지평선뿐이라 쉽게 지치게 만든다. 히말라야는 걷는 길 마다 풍경과 사람들이 달라지면 날씨마저 하루하루가 다를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안전하고 쉴 곳이 있어야 한다. 이곳은 두세 시간마다 작은 마을 혹은 롯지가 나와 밥을 먹거아 하루 쉬어갈 수 있다. 처마 밑 평상위에 걸터 앉아 차 한잔 마시는 즐거움은 길손이 아닌 사람은 누리기 힘든 행복이다.

근육을 수축이완시키면서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가는 이 단순한 행위인 걷기. 한 참 걷다보면 실타레처럼 꼬이고 꼬인 욕망의 찌꺼기들로부터 한 발자국 떨어질 수 있다.

트래킹을 준비하다.

몇 일 카투만두를 두리번 거렸다. 아내가 적응을 못 할거라는 생각은 역시 기우에 불과했다. 그녀는 누군가와 눈이라도 마주치면 '나마스테'를 먼저 건네며 웃음을 짓는다. 누군가 빠른 영어로 말을 걸어오면 그녀는 영어 울렁증에 살짝 비켜 서지만 그래도 웃음만은 잃지 않는다.

나는 누군가와 얘기하고 싶으면 담배를 한 대 건네는 습관을 가졌다. 담배를 안 핀다고 하면 "그렇지요, 담배는 몸에 나쁘지요." 하면 그 뿐이다. 이는 생각보다 효과적이여서 이쯤대면 그 누군가는 나에게 어색한 안부라도 묻기 마련이다. 최소한 내가 당신에게 적의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엉스는(아내) 이걸 보더니 카피를 한다. 그녀는 담배를 안 피기 때문에 담배 대신 사탕 한 봉지를 들고 다니며 하나씩 건넨다. 사두가 동냥그릇을 내밀며 박시시를 권하면 어김없이 사탕 하나씩 집어주며, 짓궂게 장난을 치는 아이들한테도 하나씩 돌아간다. 그 <나마스테>를 건네며 말이다.

'오빠! 나마스테가 뭔 뜻이라고 그랬지?'
"응, 너의 신께 축북을 드립니다. 뭐 그런 뜻이야. 꽤 매력적인 인삿말 같지 않니? 아마 여기엔 신이 하도 많아서 그런말이 생긴 것 같아."


차를 마시는데 필요한 것은 멋진 테이블보다 즐겁게 얘기할 사람들이다.

이제 산행을 준비한다. 가장 먼저 할 것은 지도를 사는 일이다.
지도를 사서 엉스한테 보여준다.

"이곳이 우리가 갈 곳야. 여기서 부터 올라가서 이쪽으로 가지."
- 왜 이렇게 멀어?-
"아냐, 지도가 커서 그래. 실제로는 안 멀어. 힘들면 천천히 가지 뭐"

엉스가 좋은 것은 항상 내 옆에 붙어 있다는 것이다. 몇 일 지나면 익숙한 길이라 혼자 구석구석 나아갈 줄 알았는데 돌아보면 항상 내 뒤에 있다. 나로서는 찾아다니지 않아도 되니 무척 편한 일이다. 산행이 힘들때도 있겠지만 나는 안다. 또 그녀가 혼자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짐을 싼다. 침낭과 최소한의 옷가지(갈아입는다는 개념보다는 추우면 계속 껴 입는다는 편이 좋다.)와 물통 그리고 구급약을 챙겨넣으면 어느새 5kg이 된다. 여기에 카메라와 읽을 책 한권, 발냄새가 심하니 양말만큼은 넉넉하게 넣고 비상식량을 몇 가지 챙겨넣으면 7-8kg이된다. 그 이상은 욕심이다. 10kg이 넘는다면 포터를 구하는 것이 낫다.

그녀는 배낭을 한 번 메어 보더니 휘청거리며 엄살이다. 어디까지나 엄살이다.

"오빠! 내 가방에 돌 넣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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