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안나푸르나 라운딩 트래킹기록 2006년 에베레스트 트래킹기록 2007년  랑탕 트래킹기록 2008년 ABC 트래킹기록 2009년 겨울 묵티나트 트래킹
홈으로
네팔 이해하기 트래킹에 대하여 산행기로 이동 포카라와 안나푸르나 게시판 오래된 여행기
 
헬람부엔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Helambu Trek.    


헬람부에 사는 아이들

이번 트래킹은 헬라부,랑탕, 코사인쿤드로 정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크게 두가지이다. 에베레스트나 안나푸르나를 이미 다녀온 사람이 그 첫 번째이면 나머지는 이름값보다 실리를 택한 사람들이다. 상대적으로 히말라야의 위용을 보기는 힘들지만 그곳에 씨를 뿌려 사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처음계획은 헬람부-코사인쿤드-랑탕으로 이어지는 3주짜리였지만 결국 랑탕을 못 가고 이 주만에 내려왔다.

헬람부의 특징 중 하나는 카트만두에서 바로 시작할 수 있다. 택시를 타고 30여분 가면 순다리잘이라는 산골마을이 나온다. 여기서 부터 바로 시작할 수 있다. 첫날은 힘들다. 서 있는 것 보단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았던 일상. 근육은 무뎌질대로 부뎌져 마치 왜 이곳에 날 데려왔냐고 얼마 안 남은 근육들이 시위를 하는 것 같다. 거기다 첫날은 일정도 길다. 중간에 마땅한 숙소가 없기 때문에 8시간 가까이 걸어야 한다. 게다가 하루에 1000m를 올라가야 하는 일정이다.

처음부터 계단이 나온다. 사람이 만들어 놓은 계단.
난 마음에 안 드는 길은 빨리 가고 좋은 길은 천천히 가자는 생각이다. 앞서 올라가다가 뒤를 돌아보니 엉스가 눈물을 훔친다. 시작한 지 딱 30분만이다.

"가방 들어줄까?"
"아냐,"

그러면서 앞장 서 나가지만 눈물은 그치지 않는다. 왜 울지? 이럴 땐 놔두는게 상책이다. 후에 물어봤는데 그녀는 산행 내내 이런 계단만 나올 줄 알았다고 한다. 계단은 한 시간이 넘게 계속 된다. 난 위로라도 건넬 겸 말을 건다.

"지도를 봐봐. 여긴 등고선이 촘촘하잖아. 그건 경사가 심하다는 얘기이지. 벌써 500m나 올라온 셈이라고.."
"몰라."

역시 가만히 놔두는 게 상책이였다. 두 시간 쯤 지나자 밥을 먹을 수 있는데가 나온다. 마땅한 것이 없어 달밧을 시킨다. 그녀는 먹는 둥 마는 둥 한다. 걸을려면 많이 먹어야 한다고 말해도 별 소용이 없다. 그녀는 대신 내가 맛있게 비우는 것을 보고 화풀이를 한다.

"이 돼지야!"

속으로 생각한다. '나도 탈리를 맛있게 먹는데 일주일이나 걸렸다고.'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이제 능선이다. 풍경은 아직 별로이다. 게다가 비까지 흩뿌린다. 가는비로 시작하다가 이젠 제법 굵게 내린다. 이곳의 연 평균 강수량이 우리나라의 여름 한 달 강수량에 불과한데, 올 한 해 올 비가 그 몇 일 동안 다 내리는 것 같다. 10년 가까이 된 방수자켓은 이제 그 성능에 헛점을 보이기 시작한다. 한 시간쯤 되자 습기가 차고 두 시간이 되자 속옷까지 축축해진다. 몇 만원 더 주고 방수레이어가 들어간 신발도 이젠 다 젖어 뽀작뽀작 소리까지 난다. 카메라도 습기가 차 렌즈안이 뿌옇게 흐려진다.

첫날이 힘들다. 마치 산이 그간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빈정거리는 것 같다. 엉스는 어느새 눈물을 멈추고 조금은 비장한 표정으로 걷는다. 그녀도 이제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온 것을 안 셈이다. 드디어 비가 그쳤다. 안개인지 구름인지가 자욱해 구분이 안간다. 그 구름속에서 개 한마리가 꼬리를 치며 반긴다. 그러다 잠시 후 남자가 한 명 나타난다. 드디어 오늘 묵을 마을에 도착한 것이다. 난 그 남자에게 인사를 하며 우리가 직접 마을을 둘러보고 숙소를 정할거라고 말을 하지만 그 남자는 문제없다며 옆에 붙는다. 그 친절한 미소와 말이다. 결국 그가 일하는 숙소로 옮긴다. 항상 그런 식이다.


치소빠니의 풍경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개이다. 검둥이 한 마리가 뒤에 보이는 마을(?)까지 안내한다.

아직 고도가 낮아 그런지 숙소는 질이 좋다. 1500원짜리 방에 욕실도 있고 발코니도 있다. 날만 좋으면 발코니에서 히말라야의 흰 띠가 보일것이다. 스텝은 꽤 친절하다. 뭐가 좋은지 싱글벙글이다. 밥을 앉히며 노래를 부른다. 다른 트래커가 있냐고 묻자 그는 일주일만에 우리가 처음이라고 한다. 밥은 족히 10인분을 앉히는 것 같다. 손님이 없으면 감자만으로 끼니를 떼우지만 이렇게 손님이 들면 제대로 된 밥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그 동안 신세를 진 사람들을 초대해 밥을 같이 먹는다.
엉스가 그 말을 알아들었는지 아님 허기가 졌는지 점심보다는 많이 비운다.

역시 이 마을에 트래커가 우리밖에 없다. 일주일만에 손님이 들었으면 앞으로도 이럴 것이다. 심심하다. 너무 많으면 피곤하고 없으면 또 심심하다. 없으면 없는데로 많으면 많은데로 즐기면 될 터인데, 말이 쉽지 실제 그런 사람은 어느 경지에 오른 사람일 것이다.

구름속의 산책


다음날은 쉽다. 풍경은 이제 완연히 산골 분위기이다. 비도 그쳤다. 구름은 아래에서부터 치고 올라와 어느새 구름 속에 갇힌다. 바람이 불면 그 구름들이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그러다 한 번은 내 밑에 구름이 있고 내 위로도 구름이 있는, 천국도 지옥도 아닌 묘한 분위기가 감싸돌기도 한다. 히말라야는 보이지 않는다. 아니 난 히말라야 속에 있지만 우리 가슴속에 품고 있는 히말라야의 이미지는 저 높은 설산이다.

그래 못 봐도 된다. 비만 오지 않으면 된다. 구름은 괜찮다. 구름이 흘러가는 것을 천천히 구경하는 것도 우기만의 특권이다. 썬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그건 보너스다.

3일 째 되는 날 엉스가 또 눈물을 훔친다. 그녀는 울보다. 전혀 예상 할 수 없는 때에 알 수 없는 이유로 울 곤 한다. 소리내어 꺼억 꺼억 우는 것도 아니고, 자세히 봐야 우는 것을 알 수 있을 만큼 운다.
난 또 생각 한다. <왜 울지?>

이번에 점심에 들린 마을에서 부엌에 직접 들어가(이것도 비수기 만의 장점이다.) 수제비를 띄운다. 감자와 양파도 하나씩 흥정해 썰어 넣고 가지고 간 라면스프에 계란도 풀어 마무리를 한다. 그녀는 언제 울었냐는 표정으로 허겁지겁 말끔히 비운다.

그녀도 이제 조금씩 적응을 한 것 같다. TV도 없고 인터넷도 없고 하다못해 전기도 안 들어오고 난방도 제대로 안 된다. 우리가 살았던 문명 밖의 세계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를 말이다. 낯을 조금 가리는 그녀가 선택한 것은 닭이다. 그녀는 개도 무서워 하니 마을에 도착하면 닭하고 논다. 혼자 신이 나 병아리들을 뒤뚱뒤뚱 쫒아 뛰어다닌다. 사실 닭들과 노는 것이 아니라 괴롭히는 것에 더 가깝다.


닭하고 놀던 그녀가 이제 표범하고도 논다.
굴반장의 한 숙소에는 아기 표범 한 마리가 산다. 어미 잃은 것을 주인이 발견해 기른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곳 담벼락에 표범 한 마리가 그려 있다는 것이다.
가끔 여행중에는 이렇게 논리로 설명 할 수 없는 것들도 있다.


그녀는 개를 무서워 하기 때문에 저 개는 당연히 친구가 되지 못했다.

이전페이지로.... 목차페이지로.... 다음페이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