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안나푸르나 라운딩 트래킹기록 2006년 에베레스트 트래킹기록 2007년  랑탕 트래킹기록 2008년 ABC 트래킹기록 2009년 겨울 묵티나트 트래킹
홈으로
네팔 이해하기 트래킹에 대하여 산행기로 이동 포카라와 안나푸르나 게시판 오래된 여행기
 
휴가를 떠나다. -Go to the Vacation


네팔 최고의 마을 카크베니에서 본 야경

휴가를 떠나다.
휴가란 모름지기 지지분분한 일상에서 한 발자욱 비켜서는 것이다. 훌훌 다 털어버리고 치열하게 떠나는 여행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가끔 산 좋고 물 좋은 이곳 포카라에서도 혹 내가 이 식당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휴가를 생각했다. 휴가란 돌아옴을 전제로 잠시 몸과 마음의 휴식이 우선이다.

어디로 갈 것인가?

비행기 타고 훌쩍 조용한 섬이나 가면 좋겠지만, 김치찌게 팔아서는 언감생신이다. 가장 힘은 덜 들고 풍광은 가장 좋은 곳을 생각하다가 묵티나트코스로 정한다. 비행기를 이용하지 않아도 겨울철에는 길이 뚫려 지프를 이용할 수 있다. 초반의 지루한 산행은 지프를 이용하여 훌쩍 넘어 히말라야 한 복판에서 출발하는 일정이다.

일행이 생겼다. 나야 혼자 여행을 하다가 결혼 후는 엉스와 함께 했고 이번에는 친구의 동생과 그가 길에서 만난 여친과 일정을 함께 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네 명이나 되었다. 혼자 하는 여행과 여럿이 하는 여행은 분명 다르다. 혼자가 치열하고 좀 우울한 맛이 있다면 함께 하는 여행에는 재미와 부드러움이 있다. 나무 한 그루 없는 황량한 히말라야 한 복판에서 왁자지껄 게임을 하고 된장찌게까지 끓일 수 있는 것은 역시 함께라 가능한 일이다.

첫날은 이동이다. 비행기를 타고 훌쩍 날아가면 오전에 도착하겠지만 지프를 이용한다면 새벽부터 부산을 떨어야 한다. 아직 해가 뜨기 전 터미널로 가 베니로 가는 버스를 잡아 탄다. 버스는 굽이굽이 산 길을 한 참을 달린다. 때론 먼지가 풀풀 풍기는 비포장 도로를, 아슬아슬한 절벽 위를 곡예를 하듯 비켜간다. 아침을 거른 것이 마음에 걸려 잠시 정차한 틈을 타 길에서 먹거리를 산다. 삶은 계란 몇 개와 설탕가루를 잔뜩 묻힌 도넛이다. 그러고 보니 길거리 음식을 먹는 것은 꽤 오랫만이다. 살짝 여행자가 된 느낌이 싫지가 않다.

지프라고 해서 낭만을 기대하면 안 된다. 그저 길이 안 좋아 지프가 운행할 뿐이다.

가능하면 웃돈을 주더라도 앞좌석에 타는 것이 좋다. 최소한 중간은 놓치지 말자.

맨 뒤는 좁고 시야도 막혀있으며 먼지도 한 바가지 뒤집어 써야 한다. 행여나 지붕에 탈 생각도 버리는 것이 좋다. 한 두시간은 낭만이겠지만 나머지 시간은 곤욕이 될 것이다.

베니에서 좀솜가는 지프

지프길은 만만치 않았다. 네 명이 타도 비좁은 짐칸에 여섯명이 모로 앉았으니 차라리 중간에 내려 걷고 싶은 생각을 눌러 삼키느라 힘이든다. 그래도 참아야 한다. 여기서 좀솜까지 4-5일은 걸리는데 그래도 지프는 6시간이면 도착을 할 수 있다.

하지막 결국 좀솜을 한 마을 앞두고 내리고 말았다. 이미 해가 져 지프안에 어둑어둑하고 무기력한 기운이 스멀스멀 들어올 때 차라리 내리는 쪽을 택했다. 지프안에 갇혀 있는 것은 휴가도 여행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난 일행을 꼬득여(그들도 말은 안하지만 내심 내리고 싶은 눈치가 역력했다. 단지 내가 그 말을 먼저 꺼냈을 뿐이다.) 배낭을 꿰어차고 뛰어 내린다.


마르파 풍경

마르파이다. 이곳은 일조량이 풍부하고 기온이 알맞어 사과산지로 유명하다. 그런데 그 사과를 도시로 나르기에는 물류비가 만만치 않으니 이곳에선 사과주를 만든다. 사과를 발효시켜 다시 증류를 하면 30도 정도의 애플브랜디가 나온다. 가격도 적당하고 향기도 살아있어 내가 네팔에서 주로 마시는 술이다.
그러고 보니 첫날부터 술이다. 오늘 걸은 시간은 채 10분도 안 되지만 새벽부터 차를 탄 것에 대한 보상이다. 아니 몸은 벌써부터 여기저기 쑤셔 오는 것이 차라리 걷는 것이 덜 피곤할 것 같다.

그래도 지프 덕분에 하루 만에 히말라야 한 복판으로 들어왔다. 아니 정확히 말한다면 히말라야를 넘어 온 셈이다. 그래서 이곳부터는 설산들이 삐죽삐죽 튀어나와 있는 산골이라기 보다는 티벳의 황량한 히말라야 고원 느낌이 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난 이런 풍경이 좋다. 제대로 된 나무 한 그루 없는 그 황량한 광야와도 같은 풍경. 거기엔 날 것 그대로의 풍경과 사람들이 살고 있다.


가끔 이런 마을에는 열려진 문 틈으로 불쑥 들어가고 싶은 집들이 있다.
내 경우엔 들어가 차를 한 잔 마실 수 있냐고 묻는 편이다. 물론 차 값은 지불해야 한다.
그들 대부분 빈자리에 방석 하나 깔아줘 손님을 반갑게 맞는다.
이런 곳은 영어 한 마디 안 통하기 마련이지만 찬찬히 웃음으로 마주하면 그들의 일상을 짐작할 수 있다.
옷차림이야 남루하기 그지 없지만 사실, 그게 뭐 대수랴?


이전페이지로.... 목차페이지로.... 다음페이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