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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최고의 마을 카크베니 -Best village Kagbeni in Nepal


설산보다 벅찬 히말라야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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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라는 말에는 다른 것 보다 낫다는 교만함과 최소한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이 끼어든다. 그럼에도 이 곳을 최고라고 불리는 데는-역시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는 없지만- 풍광과 그 만한 장소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마을 중에는 밖에서 볼 때가 안에서 볼 때보다 나은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마을이 자르콧이다. 밖에서 보면 언덕 위의 성채처럼 우뚝 서 있는 것이 한 걸음에 뛰어들어가고 싶지만 또 들어가보면 그저 오래되었다는 느낌만 들 뿐이다.
또 이름만 거창한 곳도 있다. 묵티나트가 그 대표적인 마을이다. 오랫동안 불교도와 힌두교도들의 성지로 알려져 많은 순례객들을 끌어들이지만 막상 가 보면-물론, 쏘롱라를 넘어 온 사람들에게는 꿈 같은 휴식처가 되겠지만- 그 이름에 비해 실망할 수가 있다.

카크베니는 이에 비해서 확 시선을 끌어당기는 매력이나 거창한 네임밸류는 없다. 그저 트래커들에게는 주 등산로에서 약간 비켜 있는, 무스탕으로 가는 길목으로만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진짜 매력은 그 안에 숨겨 있다. 우리는 마을에 딱 들어가는 순간 아침이나 먹고 한 바퀴 둘러보고 갈 거라는 애초에 생각을 바꿔 그냥 체크인을 해 버린다. 풍부한 강물을 끌어들여 농사를 짓고 과수원을 꾸민다. 남는 초목은 말과 소의 몫으로 돌아가고 수로를 만들어 동네주민을 위한 무료 방아간과 작은 수로에는 아낙들이 삼삼오오 모여 빨래를 하는 정겨운 풍경이다. 골목이 얽히는 중심에는 초르텐을 세워 그들의 불심을 보여주고 곳곳마다 수 백년이 된 집들에 사람들이 여전히 살고 있다.

마음만 먹는다면 400년이 된 숙소에 묵을 수 있다. 물론 당신은 그 옆의 개인 욕실까지 딸린 현대식 숙소와 갈등을 할 것이지만 말이다.
산책하듯 천천히 언덕에 올라가면 그 깊고 넓은 칼리간다키 협곡이 180도로 펼쳐진다. 설산이 180도로 펼쳐지는 풍경 앞에서는 장엄하다와 함께 스스로 주눅이 들지만 이곳 풍경을 물끄러미 쳐다보면 그 속을 걷고 싶은 마음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특수한 장비와 기술은 필요 없다.

그저 나무 한 그루 없는 그 황량한 풍경 속에 눈물 안 떨굴 자신만 있으면 된다.


무스탕에서 온 사람들

협곡을 건너 갈 자신은 없지만 그 아래에는 내려가 본다. 멀리서 뭔가가 다가 온다. 처음엔 작은 점이였다가 점이 세 개로 나뉘고 곧 이어 아이를 업은 아빠와 아내 그리고 짐을 잔뜩 실은 당나귀 한 필이라는 것을 알았다. 내 앞에 까지 오자 말을 건네본다. 내가 아는 네팔어는 별로 없다. 그저 생각해 낸 것이 '어디서 왔냐?' 라는 질문이다. 그는 손짓으로 저 멀리를 가리키며 무스탕이라고 답한다. 그도 내게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하지만 내가 네팔어를 못 하는 것을 알고 그만 가던 길을 재촉한다.

더 묻고 싶은 말이 많았다. 어디를 가는 것이냐, 저 당나귀에는 뭐가 실려 있느냐, 등이다.

그러다 뜬금 없는 상상을 해 본다. 그들은 그 척박한 땅을 떠나 도시로 나가 새 삶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더 늦기 전에,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나중에 아이를 위해서라도 지금 떠나야 한다고, 그 무거운 결심을 한 것이라고, 가면 밑 바닥 부터 새로 시작해야 하지만 또 못할 것도 없지 않냐고.......


풀 한 포기 없는 그 황량한 풍경속에 말 한 필이 보인다. 나는 사진이라도 찍을 생각으로 조심스럽게 그에게 다가간다. 그는 날 빤히 쳐다본다. 다가가자 그 말은 오히려 내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번엔 내가 문제다. 말이 사람을 물진 않겠지만 역시 그 말을 나보다 크고 힘이 세게 생겼다. 이번엔 오히려 내가 피한다. 뒤돌아 보니 아까 그 눈빛으로 날 빤히 쳐다본다.

외로웠던 것일까?

길을 잃은 것 같진 않지만 또 왜 이 풀한포기 없는 곳까지 내려왔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바람소리 때문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결국 그 말은 얼음장 같이 차가운 개울을 건너 마을로 방향을 튼다.


카크베니에는 세븐일레븐도 있고 인터넷카페도 있다.
전기사정도 카투만두보다 낫다.


저런 곳에도 길은 있다.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은 아니다. 그렇다고 특별한 뷰포인트를 위한 트레일도 아니다. 저 위에 누군가 등짐을 지고 올라가 만든 작은 초르텐이 하나 있을 뿐이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등짐보다 무거운 삶의 업을 씻기 위해 저 길을 오를 것이다.

장난삼아 친구들에게 말한다.

"우리 가위바위보해서 진 사람 저기 갔다 오기로 할까?"

농담인데 아무도 웃지 않는다. 그저 저 어득한 먼 길을 물끄러미 쳐다 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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