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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티나트 가는 길 -Way to go Muktinath


자르콧

우리가 내린 마르파 부터 카크베니까지 고도차는 불과 100m 남짓이다. 거기다 그 흔한 계단 하나 없이 거의 평지와도 같은 완벽한 등산로이다. 반면 카크베니에서 묵티나트까지는 1000m 정도 올라가야 한다. 대신 이곳루트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번갈아 나오는, 말 그대로 욕지거리가 나오는 길은 없다. 히말라야 넓은 고원에 길을 만들었기 때문에 계속 오르거나 아니면 대부분 평지에 가까운 길이다.


갑자기 시야가 넓어진다.

처음부터 제법 가파르다. 한겨울임에도 땀이 찬다. 올라가는 길은 자꾸 뒤를 돌아보게 만든다. 저 멀리 카크베니가 점점 작아진다. 그러다 고개를 다 올랐을 때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인다. 마치 베토벤의 교향곡 '합창'이라도 힘차게 들리는 듯 하다. 오르막길에서는 가녀린 현악기로 저 위에 뭐가 있는지 변죽만 울리다가 마침내 고개길에서는 온 악기가 저 마다 힘차게 연주를 하고 합창단원 까지 한 목소리로 힘을 실어준다.

가끔 생각을 한다. 히말라야길을 걸을 때는 무슨 음악이 어울릴까 하고 말이다. 물론 누구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저 바람소리, 야크 목에 단 방울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바람마저도 불지 않을 때에는 대부분 아무소리도 없는 완벽한 무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럴 땐 혼자 중얼 거린다.

"제기랄 드럽게 조용하군, 자동차 경적소리나 그 듣기 싫은 휴대폰 소리라도 한 번 났으면..."

아무 소리도 없는 공간은 그 만큼 외로운 곳이다. 특히 혼자 이런 곳을 걷는다면 더욱이 그렇다. 그럴 땐 음악이 도움이 된다. 모짜르트의 레퀴엠, 레오나르드 코헨, 시크리트 가든, 원더월에서 김추자의 님은 먼 곳에까지 들어보지만 역시 무슨 음악이 이곳에 어울리는지는 모르겠다.


좀비마을과도 같은 자르콧
5년 전에 이곳에 들렸다. 무채색의 마을은 흡사 유령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고 그 저 룽다만 바람에 휘날리는 마을이였다. 지금도 비수기라 그런지 느낌은 크게 다르지 않다.

좀비 영화에는 묘한 매력이 있다.
피가 낭자한, 좀비들이 뒤뚱뒤뚱 걷는 B급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이 더 많겠지만 영화<28일후>를 보고는 나 또한 생각이 바꼈다. 영화 처음부터 심상치 않다. 도시의 새들이, 공원 노인들에 의해 뿌려지는 모이에 친숙한 비둘기들이, 까마귀들이 갑자기 방향을 잃고 날 뛰기 시작한다. 그 새들이 담벼락에 부딪히고 쇼윈도우에 부딪혀 후두둑 하고 떨어진다. 그리고 카메라는 항상 사람들로 북졌였던 런던의 피카디리서커스를 비춘다. 해가 뜨기 전 그림자가 없는 시간, 발색은 잘 되지만 명암이 불분명한 그 시간에 그 공간은 인적하나 없이 텅 비어 있다. (후에 사람들이 없는 일요일 새벽에 찍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리고 주인공은 살아남기 위해 지독한 투쟁을 한다. 그들의 적은 어제까지 이웃이였던 가족이였던 사람들이다. 아니, 내게는 어떻게 싸워 살아남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 텅빈 도시의 비주얼만 계속 머리속에 남는다.

사진을 배우는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찾는 소재가 있다. 폐가이다. 이미 떠나버리고 간 곳에는 그들의 시간이 있다. 방바닥에 굴러다니는 그릇이며 인형들에게는 잃어버린 시간이 있다. 이곳 마을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골목골목 들어가 보면 폐가의 흔적이 보이고 어떤 집은 사람이 사는 지 아닌지도 구분이 안 간다. 그러다 어둠컴컴한 골목에서 다른 사람이라도 맞닥뜨리게 되면 깜짝 놀란다. 그들의 손엔 마니차가 들려있다. 우리가 들숨과 날숨을 천천히 내 쉬듯 그들은 나즈막히 염불을 외우며 그들의 시간을 흘려 보낸다.

작년에 이곳에서 다큐멘터리를 찍었다고 한다. 그들은 무엇을 찍었을까?
물욕도 애욕도 없이 신앙 하나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일까?


묵티나트 가는 길은 순례자의 길로 유명하다.
오래 전 이곳에는 토굴을 파고 수행을 했던 수백개의 토굴을 볼 수 있다.


묵티나트 풍경

묵티나트는 기대에 못 미쳤다. 그저 3700미터 숙소에 당구테이블과 근사한 바를 봤을 때 아! 하는 탄성이 나왔지만 오직 그 뿐이였다. 이름은 묵티나트 트래킹이지만 오히려 묵티나트 가는 길로 해야 어울릴 것 같다.

여행은 항상 길 위에 있지 않은가

내려오는 길엔 지프를 이용한다. 웃돈을 주더라도 앞자리를 이용한다. 그저 옆에 창 하나 달려 있을 뿐인데, 이번엔 실려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움직이는 느낌이 든다.

창문 너머로 손 하나 뻗어 바람을 느껴본다.

희미하게나마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자칼 한 마리가 차소리에 놀라 달아난다.

이곳엔 한 두번은 더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쯤이면 카크베니 같은 곳에 일주일 혹은 보름쯤 묵으며 근처 마을에 마실이라도 떠날 수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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